빛 은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며, 시각 인식에 필요한 주된 요소로서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을 알려주고 우리의 정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영상은 빛의 예술이다. 빛으로 모든 영상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빛을 제어하는 것, 소위 ‘조명’이라고 하는 것은 영상 미학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명이란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빛과 그림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여 창의적인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빛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빛 의 특성 (The Nature of Light)
빛은 일종의 복사에너지이며 많은 에너지 미립자로 구성되어 전파, X-레이, 교류전류와 같은 자기 에너지파와 함께 전자기 스펙트럼을 구성한다.
우리는 여러 가지 색상, 다시 말해 여러 가지 전자기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빛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발산에너지’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광원이나 반사된 빛은 볼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빛은 볼 수 없다.
조명의 목적과 기능 (Lighting Purposes and Functions)
조명이란 빛을 제어하는 것을 말하며 그 근본적인 목적은 주변의 물체들을 지각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조명은 외적 환경(시간과 공간)과 내적 환경(감정)을 표현하여 우리가 하나의 장면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즉, 조명은 물체의 형태와 위치, 그리고 표면의 질감 등을 나타내어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다.
조명은 음악처럼 우리의 판단력을 우회하여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다가오며, 외적 환경과 내적 환경을 표현한다.
때문에 조명에는 내부 지향기능(조명의 심리적 기능)과 외부 지향기능(조명의 일반적 기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기능은 그림자의 제어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림자의 특성 (The Nature of Shadows)
대개 우리는 그림자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명을 통해서 어떤 장면을 표현하고 강조하려면 그림자를 의식해야 함은 물론이고 그림자를 이용하는 기법도 익혀야 할 것이다.
극적인 상황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형태와 질감을 표현하는 것보다 그림자를 조절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표면그림자와 투영그림자 (Attached and Cast Shadows)
표면그림자(Attached Shadows)
표면그림자는 물체와 분리될 수 없으며, 똑같은 광원으로 조명한다고 가정했을 때 조명을 아무리 돌리고 움직여 보아도 표면그림자를 그 물체와 분리시킬 수는 없다.
우리는 표면그림자를 통해서 물체의 기본적인 형태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표면 그림자로 인해 오히려 물체의 형태를 잘못 지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위 사진에서 장식이 볼록하다 혹은 오목하다 판단하는 근거는 다름 아닌 표면그림자 때문이다. 위 사진을 한번 뒤집어 다시 한번 살펴보면 볼록하고 오목한 것이 반대로 보인다.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우리가 오랜 경험을 통해 빛은 위에서 아래로 비치는 것이며 따라서 표면그림자는 볼록한 부분의 아래에, 오목한 부분은 위에 생기는 것으로 지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각 습관으로 인해 우리는 조명의 방향을 생각하기보다는 실물의 왜곡된 형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는 것이다. 이처럼 표면그림자는 물체의 기본적인 형태와 그 질감을 표현해 준다.
투영그림자 (Cast Shadows)
투영그림자는 그 물체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투영그림자는 물체에서 독립되어 있으며 그 물체에서 멀어질수록 흐릿해진다.
물체와 연결된 투영그림자는 ‘연결그림자’라고 부르고 물체와 분리된 투영그림자는 ‘분리그림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연결그림자는 표면그림자와는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표면그림자와는 달리 연결그림자는 물체가 접촉해 있는 면에서 떨어지는 순간 분리그림자로 독힙하게 된다.
투영그림자는 왜곡이 되더라도 물체의 일반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그 투영그림자를 만들고 있는 물체를 의식하거나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다. 그보다 투영그림자의 형태, 방향, 명암 등에 따라 그 공간적 형태를 판단하고 그 그림자의 극적인 표현효과를 느끼게 된다.
우리는 크고 단조로운 공간에 다양성과 흥미를 주기 위해서, 특정한 장소를 시사하기 위해서, 혹은 어떤 장면에 극적인 요소를 부여하거나 시간을 암시하기 위해서 투영그림자를 의도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투영그림자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마이크 붐대 그림자나 카메라 그림자는 스튜디오 제작에 골칫거리이다.
미학적으로 보면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디자인 단계에서 표면그림자와 투영그림자를 구분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폴오프 (Falloff)
다음과 같은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나타낼 때 ‘폴오프(Falloff)’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 빛과 그림자의 명암비 (brightness contrast between the light and shadow sides)
- 명암의 변화속도 (the change from light to shadow)
콘트라스트(Contrast) : 물체의 밝은 부분과 표면그림자의 명암비가 클 때 폴오프가 빠르다고 한다. 이것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크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명암비가 작다면 폴오프가 느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극히 평면적인 조명을 하게 되면 밝은 부분과 표면그림자 사이의 명암비가 작아져 폴오프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스틸사진의 영상은 피사체이 바로 앞쪽에서 조명이 되므로 폴오프가 존재하지 않는 평면적인 샷이 되고 만다.
명암의 변화속도(Change) : 폴오프가 빠르다 혹은 폴오프가 느리다 라고 하는 것은 명암의 변화속도로 잘 설명될 수 있다.
폴오프가 급격히 빨라질 때 우리는 그 물체의 표면에 경계면이나 가장자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곡면에서의 폴오프는 직각 부분에서의 폴오프보다 느림을 알 수 있다.
만약 곡면에서의 폴오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우리는 그 곡면을 가장자리의 경계면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조광을 비춤으로써 폴오프를 느리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폴오프를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빛의 지향성 기능을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폴오프의 조절(Controlling falloff) : 조명이나 반사판 등과 같은 보조장치들을 이용하여 폴오프를 조절할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나 태양광은 폴오프를 빠르게 한다. 반면 투광조명은 폴오프를 느리게 한다.
‘빛이 강하다’ 혹은 ‘빛이 부드럽다‘고 하는 것은 빛 그 자체로 느끼기보다는 폴오프의 속도로 느낀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폴오프가 빠른 것을 강한 빛, 폴오프가 느린 것을 부드러운 빛으로 느끼게 된다.
조명의 일반적 기능 (Outer Orientation Functions of Lighting)
조명을 통해 우리는 공간을 지각할 수 있고 물체의 형태, 표면의 질감, 가장자리 곡면 정도 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변 물체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어디에 있는지, 낮인지 밤인지, 여름인지 겨울인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조명의 기능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주요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1)공간기능 (2)촉감기능 (3)시간기능
공간기능 (Spatial Orientation)
주광원과 표면그림자는 물체의 기본적 형태를 타나내어주며 투영그림자는 그 물체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나타내준다.
그러나 때로는 투영그림자도 물체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
촉감기능 (Tactile Orientation)
조명의 촉감기능은 공간기능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
공간기능은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촉감기능은 인간의 촉각이 조명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다.
조명의 공간기능에서와 마찬가지로 조명의 촉감기능에서도 폴오프의 조절은 대단히 중요하다.
질감묘사에서 거칠고 굴곡진 표면이나 거친 피부의 질감을 표현하려면 폴오프를 빠르게 해야 하고, 평면적으로 보이거나 여성의 부드러운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폴오프를 느리게 해야 한다.
‘어느 정도 폴오프를 느리게 할 것인가’ (그것은 보조광을 얼마나 쓸 것인가 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다) 하는 것은 어떠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
시간기능 (Time Orientation)
빛과 그림자를 조절함으로써 시간이나 계절을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색온도를 바꿈으로써 겨울인지 여름인지를 시사할 수 있다.
낮과 밤 (Day and Night)
주간조명은 밝고 야간조명은 그리 밝지 않다.
낮에는 배경이 잘 보이고 밤에는 배경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낮을 나타내고 싶으면 배경을 밝게 조명하고 밤을 나타내고 싶으면 배경을 어둡게 하거나 부분 조명을 해야 한다.
주간 장면은 배경을 포함하여 모든 물체가 밝게 보여야 해서 많은 광량이 필요하게 된다.
화장한 날에는 폴오프가 극단적으로 빨라야 하고 흐린 날에는 빛의 지향성이 약하기 때문에 폴오프가 느리다.
그리고 야간조명은 좀더 선택적으로 폴오프가 빠른 조명을 비추어야 한다.
시간 (Clock Time)
대개 투영그림자의 길이로 시간을 알 수 있다.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는 그림자가 길고, 한낮에는 아주 짧다.
실외에서 그림자는 주로 따에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카메라의 샷은 투영그림자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건물벽과 같은 배경에 의도적으로 그림자를 만들어야만 샷에서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실내촬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튜디오에서 원하는 앵글의 배경에 그림자 혹은 광선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비논리적이지만 우리는 그 광선을 투영그림자로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시간이 줄거리의 흐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 조명 이외의 어떤 시간을 나타내는 대사나 인서트 화면을 넣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때 우리는 조명이 이 상황과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배경의 주된 투영그림자는 표면그림자와 그 방향이 같아야 한다.
계절 (Seasons)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여름보다 햇빛이 약하고 한낮에도 약간 사각으로 비친다.
그래서 겨울의 투영그림자가 더 길고 부드러우며 색상도 푸른 기운이 감돈다. 또한 겨울에 눈이 있는 장면의 표현할 때는 눈이 반사판 역할을 하므로 폴오프를 느리게 표현해야 한다.
조명의 심리적 기능 (Inner Orientation Functions)
조명을 통해서 우리의 감정과 정서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데, 이것을 ‘조명의 심리적 기능’이라고 부른다.
조명에는 다음과 같은 심리적 기능들이 있다. (1)분위기 조성 (2)하이앵글 조명과 로앵글 조명 (3)암시조명 (4)극적인 요소로서 광원이나 조명기구의 사용
분위기 조성 (Establishing Mood and Atmosphere)
어떤 조명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어떤 조명은 우리를 슬프게 하며 어떤 조명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거나 무섭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조명에는 두 가지 기법이 있다. (1)로키 조명과 하이키 조명 (2)하이앵글 조명과 로앵글 조명
하이키(High-key) 조명 : 하이키 조명이나 로키 조명은 키 라이트라고 하는 주광원의 위치나 조도와는 관계가 없다. 하이키 조명은 전체적으로 밝고 폴오프가 느리게 하는 조명기법을 말한다. 이 조명기법은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을 준다.
로키(Low-key) 조명 : 하이키 조명보다 적은 광량을 사용하며 선택적으로 폴오프를 빠르게 하는 기법이며 배경과 장면의 일부를 완전히 어룹게 처리한다.
하이앵글 조명과 로앵글 조명
하이앵글 조명과 로앵글 조명은 키 라이트의 높이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자연스런 조명은 대개 피사체보다 높은 위치에서 비추어 표면그림자가 돌출 부분의 아래쪽에 나타나게 한다.
키 라이트를 사람의 눈높이 혹은 물체의 중간부분보다 높은 위치에서 비추는 것이다.
키 라이트가 피사체의 눈높이보다 낮은 위치에서 조명을 하면 표면그림자가 반대로 되어 버린다.
이렇게 로앵글로 조명된 사람의 얼굴은 이상한 느낌을 주며 때로는 야수같은 느낌을 주기로 한다.
이러한 암시조명기법은 그 효과가 대단히 크며 인물의 성격과 심리상태로까지 비약시키는 경향이 있다.
암시조명 (Predictive Lighting)
암시조명은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조명기법이다.
하이키에서 로키로, 하이앵글에서 로앵글로 조명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암시하는 효과가 있다.
조명이 정상적인 하이앵글에서 로앵글로 바뀌면 등장 인물은 인식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시청자들은 앞으로 불길한 사태가 발생할 것 같은 예감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로키에서 하이키로 조명을 바꾸면 다른 미학적 영상 요소들이 재앙을 암시하더라도 ‘해피엔딩’으르 예상할 수 있다.
광원의 움직임을 암시조명기법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영상 미학의 컨텍스트에서처럼 암시조명도 적절한 음향, 긴장감 있는 음악 등과 어우러져야 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사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암시조명보다는 암시음향에 의해서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극적인 요소로서의 조명과 조명기구의 사용 (Light and Lighting Instruments as Dramatic Agents)
우리는 광원 그 자체를 극적인 요소로서 사용할 수 있다.
‘극적인 요소’라고 하는 것은 조명이 한 장면 내에서 미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질주하는 경찰차의 경광등, 록콘서트에서의 강력한 빔조명, 포로수용소의 감시탑 서치라이트, 깜박이는 모텔간판 등과 같은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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