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상미학 (Applied Media Aesthetics)

영상미학 을 논의하기 전에 다음 다섯 가지 영역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영상 미학의 정의 (2) 영상 미학과 컨텍스트 이론 (3) 컨텍스트와 지각 (4) 구조적 요소로서의 매체 (5) 영상 미학 : 표현 기법

영상미학 의 정의 (Applied Media Aesthetics : Definition)

영상미학 (Applied Media Aesthetics)은 세가지 측면에서 전통적 개념의 미학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전통적 개념의 미학에 국한되지 않고, 미술 이론이나 미의 진리 추구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일상생활과 상호 밀접한 관계로 본다.

영상 미학은 조명, 구도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미학적 요소들과 이에 대한 인간의 지각적 반응을 다루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영상 미학을 다루는 미디어는 단순한 메시지 전달의 중립 매체가 아니라, 미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상의 필수 불가결한 매체가 되었다.

셋째, 영상 미학은 현대의 다양한 미디어를 분석하는 확실하고 타당성 있는 기준을 제시하며, 여러 가지 미학적 요소들에 대한 종합적 기준도 제시한다.

이러한 영상 미학은 다양한 미디어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완성도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이것은 미학적 요소들이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였는가 하는 것이 작품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상미학 과 컨텍스트 이론 (Applied Aesthetics and Contextualism)

미학적 경험은 일상생활에서 항상 일어난다. 우리는 위대한 예술작품을 만들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수많은 미학적 경험과 활동을 하게 된다.

일상생활의 경험을 예술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예술과 비예술의 미학적 한계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일상의 모든 경험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일상이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있다 해도, 그 모든 것을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예술로의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미학적 영상매체의 재료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컨텍스트 이론은 영상 미학에서 필수적이다. 컨텍스트 이론의 주요 개념들은 영상 미학을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예술과 경험 (Art and Experience)

그러면 일상 속의 경험을 예술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자 에드만(Irwin Edman : 1896~1954)은 예술과 생활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새로운 미학적 개념을 만들어 냈는데, 그의 저서에서 “조각품, 그림, 교향곡과 같은 것들만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

예술은 생활 속에서 이들을 이해하여 재미있고 아름다운 자신만의 언어로 바꾸어주는 모든 지적인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라고 기술했다.

여기서 ‘과정’이라는 것은 생활 자체가 선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경험을 통해서 그 선의 구성을 ‘명료화(clarification)’하고 ’강조(intensification)’하는 과정을 뜻한다.

에드만은 “일상생활의 경험을 ‘명료화’하고 ‘강조’하는 것은 예술의 영역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볼품 없다고 여기는 일들도 자신에게는 아름다운 일몰처럼 훌륭한 미학적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명료화’ 과정과 ‘강조’ 과정, 그리고 ‘해석’의 과정은 영상 미학의 중요한 영역이다.

생활 속의 상황 (Incidents of Life)

컨텍스트 이론은 주로 현재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을 다룬다.

이 이론에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전후 상황은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 변화는 어떤 방향으로, 어떤 결과에 이를지 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 원칙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생활은 여러 가지 일들이 연관관계를 맺고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상황을 이루기 때문에 가변성이 있다는 것이다.

순간의 생동감과 예측 불가능성, 즉 변화와 비영구성이 영상 미학의 중요한 뿌리를 이룬다.

컨텍스트 미학 (Contextualistic Asethetics)

컨텍스트 이론 또는 컨텍스트 미학은 영상 미학을 논할 때 굉장히 편리한 준거의 틀을 제공한다.

빛(light), 공간(space), 시간과 동작(time, motion), 음향(sound)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최종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다.

컨텍스트와 지각 (Context and Perception)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절대적 관점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대적 관점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내 차가 빠르다는 것은 다른 차가 느리게 달리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 차가 천천히 달리더라도 정지된 물체를 지나가면 빠르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책상 같이 정지된 물체를 응시할 때 우리의 눈은 끊임없이 그 물체를 훑어보고 여러 가지 다양한 관점을 융화시켜 하나의 ‘책상’이라는 형상을 만들어 낸다.

마치 다양한 앵글의 카메라샷을 편집해 하나의 통일성을 부여하는 작업과 같다.

운전할 때 피로를 느끼는 것은 쉼 없이 변화하는 주변 물체와 자기 차와의 거리를 측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운전할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감각 기관을 통해 끊임없이 들어오는 변화하는 세계의 여러 가지 시각정보들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 것인가?

우리의 시각기관은 우리가 감지하는 것을 가능한 한 안정시키고 단순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체로 실존 시각정보보다 훨씬 작은 부분의 정보만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우리의 시각 기능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안정화 경향 (Stabilizing the Environment)

우리는 복잡하고 세부적인 것을 반복적인 형태나 단순한 형상으로 인식하려 하고, 물체의 크기를 거리에 상관없이 일정한 것으로 느끼려 하며, 명암이나 빛의 변화와 상관없이 원래 색상으로 인식하려고 한다.

지각 기관의 이러한 경향을 ‘안정화 경향’이라고 한다.

선택적 시각 (Selective Seeing)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시각 기능의 특성 때문에 선택적 방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것은 여과시켜 버린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은 선택하고 우리에게 의미없는 것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지각 과정에서 정보를 줄여 나가야만 지나친 정보로 인한 혼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문제점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맞는 이미지만 보고 들으며, 그 반대의 이미지는 곧잘 무시한다. 그래서 허점 투성이의 선택적 시각을 진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전부를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시말해 선택적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왜곡된 세계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컨텍스트의 힘 (The Power of Context)

우리의 지각기능들은 컨텍스트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방송국 이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영상미학 - 컨텍스트의 힘 예시 이미지01

이제는 숫자 11에서 15까지 쓰는 법을 가르친다고 컨텍스트를 바꿔보자.

영상미학 - 컨텍스트의 힘 예시 이미지01

방송국 이름과 숫자를 잘 살펴보면, CBS의 B와 숫자 13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이 둘은 똑같이 표기된 것이다.

분명히 컨텍스트는 이 똑같은 글자를 완전히 다르게 지각하도록 만드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방송국 이름에서 숫자 13을 찾기 어려울 것이고 숫자라는 컨텍스트에서 B를 발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구축된 컨텍스트를 역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선택적 시각기능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기만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우리는 특정 미학적 자극에 대해서 예측 가능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착시현상이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지각 과정에는 일정한 논리가 있기 때문에 특정한 미학적 자극이나 규칙이 있는 패턴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가 선택적 시각에 의해서 보이는 대로만 지각한다면 우리의 지각기능은 기만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을까?

미술계는 수세기 동안 비록 인간이 자동 지각기능과 안정화 경향에 얽매여 있다 하더라도 미술은 인간의 통찰력을 키워 지각기능의 한게성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텔레비전과 영화와 같은 영상 미디어도 장르에 관계없이 미술과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시청자들이 주변 환경을 민감하게 느끼고 습관적인 선택적 시각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감성적 지식과 미학적 지식을 고루 갖추었을 때 비로소 복잡하고 섬세한 일상생활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시청자들에게 이를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카고 디자인스쿨 교장을 역임한 바우하우스의 모홀로 나기는 반세기 전에 이미 체계적인 감각 교육을 주장하며 그의 저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개발하여 어떠한 상황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가 지성과 감성의 균형을 잃게 되면 정신적 불구가 된다.”

그는 미술, 과학, 기술 등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조적 요소로서의 매체 (The Medium as Structural Agent)

저명한 매체학자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 : 1911~1980)은 “미디어는 메시지이다. (The Medium is the Message)라고 주장했다.

이는 메시지 자체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그에 못지않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미디어 그 자체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과 메시지 전달로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보다는 메시지 그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이렇게 매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대중매체에 대한 교육 초기에서 매체가 메시지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무시되다시피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메시지도 그 매체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제작하는 기법도 상당히 중요한 기술적, 미학적 기능인 것이다.

여러분이 대중매체의 전달자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특정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방식으로 대중매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라는 것은 영상 미학의 핵심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영상미학 : 표현 기법 (Applied Media Aesthetics : Method)

영상 미학을 표현하는 방법은 러시아의 화가이자 교사였던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 1866~1944)가 개발하였다.

그것은 그가 개발한 이론과 실천적 기법에 근거를 둔 귀납적 방식이다.

사실적 장면을 간략화하여 필수적인 요소만 그리는 것을 추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점(point), 선(line), 면(plane), 색상(color), 질감(texture) 등과 같은 회화의 기본적 구성 요소와 그래픽 요소를 결합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귀납적 과정을 추상화라고 생각했다.

영상의 기본적 구성 요소 (Fundamental Image Elements)

귀납적 방식을 통한 영상의 다섯 가지 기본적 구성 요소는 빛과 색상(light and color), 2차원 영역(two-dimensional field), 3차원 영역(three-dimensional field), 시간과 동작(time-motion), 음향(sound)이다.

이러한 영상의 기본적 요소들이 가지는 미학적 특성을 이해하게 되면 더 큰 미학적 영역에서 이러한 기본적 구성 요소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연구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상황을 간단 명료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내용 (Content)

“영상의 기본적 구성 요소가 그처럼 중요하다면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모든 미학적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닌가?”

“시청자의 요구와 매체의 특성에 맞는 형태를 갖추기 전에 아이디어가 먼저 필요하지 않은가?”

우리는 위와 같은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용이나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해서 효과적인 매스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내용이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미학적으로 제작하여 시청자들의 요구에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이때 우리는 매체의 기술적 특성까지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면 구성, 색상, 초점 선택과 같은 영상 미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카메라, 렌즈, 조명, 음향 등과 같은 제작기술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일단 영상 미학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시각화하기 위해 그 내용에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제작기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미학적 요소들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응용하여 신선한 충격으로 몰고 갈 수도 있고, 영상 미학의 잠재력에 관한 지식이 잠자고 있던 생각이나 내용들을 깨워낼 수도 있는 것이다.

책임감 (Responsibility)

영상 미학의 기본적 목적은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명료화’하고 ‘강조’하여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시청자들의 지각기능을 직접 조종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의식하지 못한다.

렌즈의 왜곡이나 조명효과와 같은 제작기법으로 자신들이 조종당하고 있을 때도 의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영상 크리에이터는 윤리적 기준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상을 창조해야 한다.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중매체의 전달자로서, 그 사명감과 함께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기술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임해야 하며 자신의 영상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매체의 한 소비자로서 무책임한 메시지에 설득당하지 않으려면 영상 미학의 기법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한다.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